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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사의 죽음 (하나님의 법, 신앙의 걸림돌, 오벧에돔의 복)

필그림 2026. 9. 23. 13:27

목차


    말씀을 읽고 은혜를 받아서 뭔가 해보려고 마음을 먹는데, 딱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일이 꼬이는 경험, 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역대상 13장에서 다윗이 여호와의 궤를 옮기려다 웃사가 갑자기 죽는 장면을 다시 읽었을 때, 그 당혹감이 제 경험과 겹쳐 보였습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왜 이렇게 막히는 걸까, 그 질문에 이 본문이 꽤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하나님의 법: 웃사는 정말 몰랐을까

    기돈의 타작 마당에서 소가 뛰자 웃사가 손을 뻗어 여호와의 궤를 붙잡았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진노하셔서 그를 치셨고, 웃사는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출처: 바이블노트, 역대상 13장). 읽을 때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것뿐인데, 죽음이라니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여호와의 궤의 성결 규례입니다. 여기서 성결 규례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제정하신 법으로, 여호와의 궤는 레위인 중에서도 고핫 자손만이 어깨에 메어 운반해야 하며, 그 누구도 손으로 직접 만져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말합니다(출처: 대한성서공회). 수레에 실어서 운반한 것 자체가 이미 이 규례를 어긴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은, 웃사가 정말 몰랐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법은 모세 율법에 명시된 규정이었고, 여호와의 법궤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늘 특별하게 다루어져 온 언약궤였습니다. 언약궤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으신 언약의 증거물을 담은 상자로, 지성소에만 두었던 가장 거룩한 기물을 가리킵니다. 그런 물건을 아무나 손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웃사의 행동이 순간적인 반응이었다 해도, 그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그 거룩함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내면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몸에 배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노는 그 무심함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 여호와의 궤 운반 규례: 레위인 고핫 자손이 어깨로 메어야 하며, 손으로 만지는 것은 금지
    • 다윗의 행렬은 수레를 사용했고, 이것 자체가 이미 규례를 벗어난 방식이었음
    • 웃사의 죽음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거룩함에 대한 둔감함이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음
    • 하나님의 심판은 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면제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사건의 핵심
    요약: 웃사의 죽음은 하나님의 성결 규례를 형식적으로 알면서도 내면화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며, 하나님은 그 무심함을 심판하셨습니다.

    신앙의 걸림돌과 오벧에돔의 복: 멈추는 게 답이 아니다

    웃사 사건 이후 다윗의 반응이 제 눈에 특히 들어왔습니다. 그는 화가 났고, 그 장소를 베레스 웃사, 즉 '웃사를 찢으심'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여호와의 궤를 다윗 성으로 들이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처음에 가졌던 그 감격과 열정은 이 한 사건으로 완전히 식어버린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낯설지 않은 흐름입니다. 말씀을 붙잡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딱 그 시점에 방해가 생깁니다. 기도 시간을 확보하려고 일찍 일어나면 유독 그날 피곤하고, 누군가를 돕겠다고 마음먹으면 갑자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치고 들어옵니다. 아무것도 안 하려 할 때는 그런 유혹이 별로 없는데, 움직이려는 순간 걸림돌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환경이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반복되는 패턴을 보면서, 그 걸림돌 자체가 신앙의 시험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윗이 포기한 그 여호와의 궤는 이제 가드 사람 오벧에돔의 집으로 옮겨집니다. 그리고 석 달 동안 그의 집에 머물렀는데, 하나님께서 오벧에돔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에 복을 내리셨습니다. 오벧에돔은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떠맡은 자리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궤가 머무는 곳에 하나님의 복이 임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직접 읽으면서 느낀 것은, 하나님의 임재(臨在)는 내가 충분히 준비됐을 때만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임재란 하나님께서 친히 함께하심을 뜻하는 신학적 개념으로, 이 본문에서는 궤가 머무는 곳이 곧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자리임을 보여줍니다.

    다윗 입장에서 보면, 두려움 때문에 멈춘 그 결정이 결국 무엇을 놓치게 했는지가 역설적으로 드러납니다. 오벧에돔이 받은 복은 원래 다윗의 성에서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분명합니다. 졸리다고, 귀찮다고, 무섭다고 멈추는 순간,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할 하나님의 일이 다른 곳에서 일어납니다. 다윗의 후회는 이후 역대하 15장에서 그가 다시 여호와의 궤를 옮기러 나서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그때는 규례대로, 레위인이 어깨에 메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습니다.

    요약: 신앙의 걸림돌 앞에서 두려움으로 멈추는 것은 하나님의 복이 임할 자리를 포기하는 일이며, 오벧에돔의 복은 다윗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반면 교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웃사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건데 왜 하나님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신 건가요?

    A. 저도 처음엔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그 순간의 행동보다, 그 행동이 나올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이미 잘못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호와의 궤를 수레에 싣는 방식부터 규례를 어긴 것이었고, 그 잘못된 방식에 평소에 아무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 하나님의 진노의 근거로 보입니다. 반사 반응은 평소에 내면화된 것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Q. 신앙생활 중에 막히는 일이 생기면 그게 다 하나님의 뜻인가요?

    A. 저는 모든 막힘을 하나님의 뜻으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다윗의 경우처럼 두려움에서 비롯된 회피가 막힘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걸림돌은 환경이 아니라 제 내면의 피곤함, 귀찮음, 작은 유혹이었습니다. 막힘이 생겼을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게 하나님의 뜻인가"보다 "처음 다짐이 무엇이었는가"입니다.


    Q. 오벧에돔은 특별히 뭔가를 준비했기 때문에 복을 받은 건가요?

    A. 본문에는 오벧에돔의 준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갑자기 떠맡은 자리였습니다. 이 부분이 제게는 오히려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곳에 복이 따른다는 것은, 내가 완벽하게 준비됐을 때만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는 논리를 뒤집습니다. 일단 그 자리에 있는 것, 그 자리를 피하지 않는 것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Q. 역대상 13장 웃사 사건을 오늘 신앙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요?

    A. 제가 이 본문을 적용하는 방식은, 처음 다짐과 결심이 흔들릴 때 그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걸림돌이 생겼을 때 포기보다 먼저 할 일은, 그 방식이 처음부터 옳았는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다윗이 나중에 규례대로 다시 시작한 것처럼, 방식을 바로잡고 다시 움직이는 것이 두려움으로 멈추는 것보다 낫습니다.


    결론

    이 본문을 읽으면서 제가 계속 질문했던 것은, 왜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막히는가였습니다. 그런데 역대상 13장은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것 같았습니다. 막힌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막혔을 때 두려워서 포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다윗은 웃사 사건 하나로 여호와의 궤를 오벧에돔의 집에 넘기고 물러섰습니다. 그 석 달 동안 오벧에돔이 받은 복은, 다윗의 성에서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패턴은 지금도 반복됩니다. 말씀 묵상을 시작하려는데 졸리고, 기도 자리를 지키려는데 일이 생기고, 누군가를 돕겠다고 나서면 갑자기 계산이 앞섭니다. 그 모든 걸림돌 앞에서 제가 배운 것은, 일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처음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새기고, 방식이 틀렸다면 바로잡고, 그래도 움직이는 것. 오벧에돔처럼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리를 피하지 않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https://www.biblenote.kr/read.html?translation=H1_GAE&book=OLD13&chapter=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