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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 47장 13-23절을 읽으며 생각한 경계와 소속의 의미
성경을 읽다 보면 특별히 오래 머물게 되는 구절이 있다. 에스겔 47장 후반부를 읽으면서 내게는 '타국인에게도 기업을 주라'는 말씀이 그랬다.
에스겔 40장부터 이어지는 환상은 성전의 구조에서 시작해 제사와 예배, 그리고 회복될 땅의 분배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매우 구체적인 건축과 토지 분배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만난다.
이스라엘 땅에 함께 거주하며 살아온 타국인에게도 기업을 나누어 주라는 것이다.
경계가 분명한 땅
에스겔 47장 13절부터 20절까지는 회복될 땅의 경계를 설명한다.
북쪽과 동쪽, 남쪽과 서쪽의 경계가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다메섹과 하맛, 다말과 므리봇 가데스 등 실제 지명이 등장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땅은 막연한 약속이 아니었다. 어디까지가 그 땅인지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경계가 있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에게도 경계가 필요하다. 내 시간과 공간이 있고, 다른 사람의 시간과 공간이 있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은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경계를 정하신 뒤 바로 이어서 하신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경계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
21절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땅을 나누어 주되, 그들 가운데 거주하는 타국인에게도 기업을 주라고 하신다. 그들이 거주하는 지파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하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씀을 읽으며 조금 놀랐다.
회복된 이스라엘의 땅이라면 이스라엘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땅에서 함께 살아온 타국인에게도 자리를 마련하신다.
여기서 내 생각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향했다.
나는 내 삶의 경계 안에 누구를 들이고 있는가?
나에게도 울타리가 있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다.
가까운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하고,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면서도 나와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닫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사람과 익숙한 환경이 편해진다.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은 때로 피곤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삶의 울타리가 너무 좁아져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내 삶을 무조건 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에스겔 47장은 경계가 얼마나 분명한지를 먼저 보여준다.
하지만 경계가 있다는 것과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것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
회복은 나만 잘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에스겔의 회복에 대한 환상을 읽으면서 나는 회복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회복이라고 하면 내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건강이 회복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해결되고, 관계가 좋아지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다시 갖게 되는 것 말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보여주신 회복의 땅에는 나만의 자리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 들어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내가 가진 것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을 통해 누군가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에게 던지는 질문
오늘 나는 내 주변을 돌아보려고 한다.
내가 너무 쉽게 '남'이라고 생각해 버린 사람은 없는가?
내가 조금만 마음을 열었다면 더 따뜻한 관계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은 없는가?
그리고 내가 가진 시간과 관심과 경험 가운데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에스겔 47장의 땅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 경계 안에는 함께 살아갈 사람을 위한 자리도 있었다.
내 울타리를 지키는 것과 내 울타리를 조금 넓히는 것.
어쩌면 두 가지를 함께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씀을 읽고 남은 생각
하나님이 주신 것을 나만의 것으로 움켜쥐는 것보다,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자리를 만들어 주는 삶이 더 넓은 회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내 삶의 울타리를 무작정 허무는 것이 아니라, 그 울타리 안에 누군가를 위한 작은 자리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
함께 읽어볼 말씀
- 레위기 19장 34절 — 거류민을 자기 백성처럼 대하라는 말씀
- 이사야 56장 6-7절 — 하나님의 집이 모든 민족을 위한 집으로 불릴 것이라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