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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말씀이 나를 살렸다고 고백할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두 사건 속에서 저를 붙든 것은 한 구절의 말씀이었습니다. 시편 119편 자인 연과 헤트 연을 함께 묵상합니다.

배경
시편 119편은 히브리어 알파벳 22자를 따라 22개의 스탠자로 구성된 시입니다. 오늘 다루는 49절부터 64절까지는 두 개의 연에 걸쳐 있습니다. 자인(ז) 연(49-56절)은 고난 중에도 말씀이 위로가 되었다는 고백으로 시작해, 헤트(ח) 연(57-64절)은 그 말씀 앞에서의 결단과 순종, 그리고 순종해도 계속되는 시련이라는 정직한 현실로 이어집니다.
49-51절 - 나를 살린 말씀
49절, 종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소서 주께서 나로 소망이 있게 하셨나이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근거로 소망을 붙듭니다. 이어지는 50절, 이 말씀은 나의 고난 중의 위로라 주의 말씀이 나를 살리셨음이니이다. 여기서 살리셨다는 표현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실제로 죽을 것 같던 자리에서 생명을 얻었다는 고백입니다. 51절, 교만한 자들이 나를 심히 조롱하여도 나는 주의 법을 떠나지 아니하였나이다.
52-56절 - 기억과 위안
52절, 여호와여 주의 옛적 규례들을 내가 기억하고 스스로 위안을 얻었나이다. 53절은 악인들로 인한 분노를, 54절은 나그네 된 집에서도 주의 율례가 노래가 되었음을 말합니다. 55절, 여호와여 내가 밤에 주의 이름을 기억하고 주의 법을 지켰나이다. 56절, 내게 이런 일이 있음은 주의 법도들을 지켰음이로소이다.
57-60절 - 결단과 신속한 순종
57절, 여호와는 나의 분깃이시니 나는 주의 말씀을 지키리라 하였나이다. 58절, 내가 전심으로 주께 간구하였사오니 주의 말씀대로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59절, 내가 내 행위를 생각하고 주의 증거들을 향하여 내 발길을 돌이켰사오며. 60절, 내가 주의 계명들을 지키기에 신속하며 지체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여기까지는 결심과 즉각적인 순종의 언어로 채워져 있습니다.
61-64절 - 얽힌 줄과 밤중의 찬양
그런데 바로 다음 절에서 흐름이 꺾입니다. 61절, 악인들의 줄이 내게 두루 얽혔을지라도 나는 주의 법을 잊지 아니하였나이다. 순종을 결심하고 실행한 사람에게 곧바로 시련의 줄이 얽혀듭니다. 순종이 시련을 없애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62절, 내가 주의 의로운 규례들로 말미암아 밤중에 일어나 주께 감사하리이다. 얽어맨 줄 한가운데서 시편 기자가 택한 것은 원망이 아니라 감사였습니다. 63절, 나는 주를 경외하는 모든 자와 주의 법도들을 지키는 자의 동무라. 64절,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이 땅에 충만하였사오니 주의 율례들로 나를 가르치소서. 개인의 위기에서 시작해 온 땅을 채우는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대한 고백으로 마무리됩니다.
나를 살려내신 그 말씀
나는 주님의 말씀이 나를 살리셨기에 그 말씀이 내 고난 중에 위로가 된다고 고백할 수 있는가. 나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그 말씀 안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을까. 시편 기자는 하나님의 말씀, 특별히 그분의 약속이 그를 살리셨음을 경험했기에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삶의 큰 위기와 어려운 상황 중에서 주님의 말씀이 나를 살렸다고 말씀드릴 사건이 두 개 떠오른다.
하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과 같은 시점이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순간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겠다고 선언하신다. 아버지의 외도와 알코올중독, 그리고 가정에 대한 불성실, 무엇보다 어머니에게 많은 신체적 정신적인 폭행이 심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당시 살던 서울의 집을 팔고 지방에 작은 임대 아파트를 찾아 내려가셨고, 아버지는 졸지에 집에서 쫓겨나, 결국 시골 외딴곳에 집을 마련하고 혼자서 기거하는 신세가 되셨다. 집안의 장남으로 그 상황을 처음 겪은 나는 꽤나 정신적인 충격과 영혼의 답답함을 겪었다. 나는 그때, 죽을 것 같은 마음의 절망과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주님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주님을 부르고 찾았다. 어느 날 주님께서는 이전에 배우고 암송해서 잘 알고 있던 말씀을 순간 내 머리에 떠올려 주셨는데,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이었다. 나는 그 말씀을 곱씹으며 내 영혼의 평안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말씀을 통해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 이 날은 내 영혼이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날이었다. 나의 삶 가운데 특별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다가오신 주님을 만난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택배업을 하던 때였다. 다시 기억을 떠 올리고 싶지 않지만 일을 하던 중에 아마도 119구급대였던 것 같다. 전화가 왔는데, 아내가 일을 하면서 걸어서 이동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을 하는 중이라 정신이 없었고 얼마나 큰 사고인지를 인식하지 못했고, 일을 마치고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병원에 갔을 때, 한쪽 다리를 살릴 수 없어서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분의 말에 머리가 하얗게 되는 느낌을 받고 충격에 어찌할 줄 몰랐었다. 결국 한쪽 다리를 살릴 수 없음에 나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미움과 원망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수개월 치료를 받는 아내의 병실을 오가며 슬픔과 고통을 느꼈다. 병실에서 치료받던 아내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자주 듣던 말씀이 머리를 채웠다. 그 말씀은 하나님께서는 내가 감당할 만한 시련을 허락하시며 그 시련을 당할 즈음에 피할 길을 주셔서 능히 감당하게 하신다는 그 말씀이었다. 비록 내 감정과 뇌는 스스로 그 충격의 상처를 쉽게 극복하지 못했지만, 내 마음의 중심은 그 말씀으로 힘을 얻고,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견디도록 하는 큰 위로와 확신이 되어주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이처럼 내가 생각하지도 못할 때, 방황할 때, 그리고 죽을 것 같은 마음의 공허함과 고통이 밀려들 때 나를 살려 주었다. 나에게 힘을 주었고,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주었다. 주님께서는 주님의 말씀으로 나의 모든 위기와 고통의 순간이 끝이 아님을 보여 주셨다. 힘을 주셨고, 마음의 위로와 든든한 확신의 기초가 되게 하셨다.
말씀이 나를 살렸다는 고백과, 순종해도 시련은 계속된다는 고백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둘이 함께 있을 때 신앙이 정직해진다. 나는 부모님의 이혼과 아내의 사고, 그 두 번의 벼랑 끝에서 말씀이 나를 살리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붙들고 순종하려 애쓰는 삶 속에서도 여전히 얽히는 줄들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줄이 얽히느냐가 아니라, 얽힌 줄 안에서 무엇을 잊지 않느냐였다. 죽기까지 주님의 성실하심과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결코 잊지 않고 붙들겠습니다. 주님께만 감사와 영광과 찬송을 드립니다.
기도
여호와여, 저의 고난 중에도 주의 말씀이 위로가 되게 하시고, 죽을 것 같은 순간마다 살리시는 말씀을 기억나게 하소서. 주의 계명 앞에서 지체하지 않게 하시고, 시련이 얽혀들 때에도 주의 법을 잊지 않게 하소서. 밤중에도 일어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고, 같은 길을 걷는 이들과 동행하게 하시며, 주의 인자하심이 온 땅에 충만함을 늘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히브리어 및 용어 해설
- חִיַּתְנִי (히야트니) - "나를 살리셨다." 50절에 쓰인 표현으로,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 생명을 얻는 사건적 경험을 가리킴.
- חַשְׁתִּי (하쉬티) - "내가 서둘렀다." 60절의 동사로, 지체 없는 즉각적 행동을 뜻함.
- חֶבְלֵי (헤블레이) - "줄들, 밧줄들." 61절에서 사냥이나 포획에 쓰이는 그물줄을 가리키며, 압박과 위협의 이미지로 사용됨.
- 자인(ז) 연 / 헤트(ח) 연 - 시편 119편 22개 스탠자 중 일곱 번째(49-56절)와 여덟 번째(57-64절) 단락으로, 각각 히브리어 알파벳 자인과 헤트로 시작함.
관련 구절
- 갈라디아서 2:20 -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 고린도전서 10:13 - 하나님은 감당할 시험 밖에는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피할 길을 내사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 시편 34:19 - 의인은 고난이 많으나 여호와께서 그 모든 것에서 건지시는도다
- 로마서 8:35-39 - 어떤 환난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는 확신